아름답게 늙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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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 작가 글

아름답게 늙고 싶다. ^^

일본 어느 공원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제목 : 아름답게 늙고 싶다. ^^

 

 

                                                                                   손 병순

 

고목 속에 핀 매화꽃, 짙은 향기가 난다. 복도 한편에는 활짝 핀 꽃들 속에 쌓여 벌들이 꿀 따느라 여념이 없고 그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 같아 흐뭇하다 서구 노인복지관,, 내가 근무하는 곳이다. 작년 이맘때쯤 발령을 받아서 그동안 행정의 실핏줄인동주민센터를 비롯해서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걱정되는 것은 없었으나 복지관 근무는 처음이라 마음이 다소 설레었다.

다른 구에서는 복지관을 위탁 관리하지만 우리구는 부산 전체 인구에 비해서 결코 작지 않은 2개의 노인복지관을 운영함으로써 직원들이 파견되어 어르신들을 보다 더 세심하게 좋은 환경에서 보살피고 있다.

우리복지관은 그야말로 어르신들의 행복한 쉼터이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강료가 모두 무료이고 듣고 싶은 수업도 55개 정도는 충분히 들을 수 있으며 전문 강사들도 많고 수준급이다.

발령이 나서 처음 복지관에 갔을 때 어르신들이 강당에서 서로 어울려 스포츠댄스를 하고 있는 밝은 표정의 모습을 보고 급히 달려가서 반갑습니다. 오늘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즐겁게 춤을 추시는 것을 보니 저도 같이 춤을 추고 싶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하니 모두 박수를 치며 함께 잘 지내봐요웃으며 화답하여 처음의 어색함이 그 박수소리로 인하여 분위기가 밝아졌다.

 

어르신들은 반가운 친정엄마와 같다. 처음 오시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커피나 메밀차도 대접하고 직원 모두 정성을 다하여 어르신들을 섬긴다.

 

20102월에 개관이 된 우리복지관은 기존의 부민 노인복지관이 수요가 많아서 많은 분들이 하나 더 복지관 설립을 원했고 이곳저곳 살피던 중에 마침 서구 암남동에 있는 부지를 매입하여 복지관을 지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마침 아는 직원이 있어 복지관을 구경시켜 주었을 때라 어르신들이 수업하는 장면들을 창문 사이로 보고 그 열의에 감동하고 또 옥상에 올라가 보니 송도해수욕장이 한눈에 다 보이고 저 멀리 대마도가 손짓을 하고 있는 착각이 들어 이곳에 온 이후로 창문 너머로 늘 푸른 바다를 가까이 보면서 나름 생각에 젖기도 한다.

어르신들의 문화마당, 지난 가을에 작품전시회를 했다. 저마다 배운 실력을 뽐내느라 여념이 없고 여기서 배운 실력으로 공연봉사도 나간다. 고등어축제 때는 사진공모전을 했는데 어르신들이 대상을 비롯해서 우수상 등을 휩쓸었으며 그중에 한 분이 국제신문에서 공모하는 금상을 받고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으며 어르신들이 뒤늦게 이곳에 와서 자격증도 따고 좋은 벗들도 사귄다.

 

어르신들의 은빛봉사단도 있어 가까이 송도해수욕장에 가서 환경정비를 한다거나 경로당에 가서 노래봉사도 하는 이 봉사는 경로당에 가면 어르신들이 좋아하고 소문이 나서 원정 봉사를 나가기도 한다. 어르신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서 또 다른데 봉사를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하곤 했다.

업무 중에 노인일자리 사업이 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 중에서 건강하신 분들이 선발이 되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지도를 한다. 그걸 보니 예전에 우리아이 초등학교 때 학교 앞에 가서 했던 기억이 나서 더 애착이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서 깃발을 받아서 하고 난 뒤에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사무실에 갔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어 내년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또 다른 사업은 노노케어 사업이다. 건강한 노인이 덜 건강한 노인을 돌보는 사업이다. 이것이 작년에 비해서 3배나 늘어나서 갑자기 수혜자를 찾기가 힘들어 동에 협조를 구했다. 마침 통장 회의때마다 참석을 해서 부탁을 드리고 문자도 보내고 했다. 고맙게도 도와주신 통장들도 많았다. 요즘 인터넷이나 신문을 통해서 어르신들이 사고사, 고독사들이 많이 일어난다. 같은 동네 어르신들이라 옆집에 노인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어려우면 도와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나 거동불편 어르신들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개인이 할 수 없는 것을 국가가 대신해서 독거노인들을 돌봐주는 것이다.

 

비록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월급을 타면 손자에게도 용돈을 주고, 가족들에게도 가끔씩 한턱을 쏘면 마치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처럼 한없이 행복하다고 일자리 어르신들이 말하곤 했다.

저번 주에 교육이 있어 처음으로 시작하는 어르신들에게 일을 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였다. 나름 여러 가지를 준비했지만 특별히 마음으로라도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선발된 어르신들에게 축하 시를 읊어드렸다. 제목은 <5월을 드립니다>. 쭈욱~ 읽어 나가다가 맨 마지막에 어르신들의 앞날에 행운을 가득 드립니다.” 라고 끝을 맺자 어르신들이 환호를 하면서 크게 박수를 쳤다. 나도 가슴이 벅차올라 앞으로도 가끔씩 시낭송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복지관에 와서 여러 가지 행사 경험으로 더 많은 일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카페가 사무실 옆에 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에도 이곳에서 많은 분들이 책을 읽는다. 책을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존경심이 일어나서 이분들에게도 가끔 차를 대접한다. 나도 저 나이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복지관 근무를 하면서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어르신들에게 글을 좀 쓰도록 길을 안내하고 싶다. 그래서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어르신들을 보면 좀 더 관심이 간다.

 

작년에 구덕골축제 행사 중에서 백일장이 있었는데, 어르신 몇 분에게 참가하라고 이야기했는데 한분이 상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작은 결실이다. 그래서 올해 본격적으로 한번 해보자고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근무할 동안이라도 시작을 해보고 싶어 매달 한번씩 만나서 한 편의 글을 쓰고 읽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어르신들은 나의 미래다. 나도 때가 되면 이곳에 오겠지, 그분들처럼 생의 즐거움을 찾아갈 것이다. 비록 지금은 작은 촛불이지만 그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며 나의 남은 공직생활과 노후를 아름답고 열정적으로 보낼 것이다.

일본 사세보시였던것 같네요..아주오래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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