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틀간의 제주도 여행
아침 5시에 일어났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잠을 설쳤다. 20년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테마여행을 준비했다. 몇 번의 여행을 했지만 이번에는 제주도다. 가을향기가 나는 제주의 밤하늘을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신청을 했다. 여행은 언제나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마음이 부웅 들떠서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김해공항 대합실에서 만난 직원들, 두 분 국장님과 건설과 과장님 그리고 계장님들 그리고 우리직원들 모두 익히 아는 직원이다. 강산이 벌써 두 번이나 휠씬 지났다. 나이도 그 만큼 들었다. 사무실에서 보다가 이곳 바깥에서 만나니 더 반갑고 정겹다. 어느덧 마음이 더 후해진 것 같다. 원숙미와 노련미라고 할까
주관부서인 과장님과 주무는 급한 일로 부득이 이번에 참석치 못했고 다행히 두 분의 국장님이 진두지휘하고 담당자인 미화가 이 테마여행의 총괄을 맡아 큰 수고를 하였다.
2일간의 일정은 김해에서 출발하여 제주도에 도착해서 라온더마파크(테마공원)에서 말로 공연하는 “천년의 제국 아! 고구려 ” 공연을 보고 점심을 먹고 송악산올레길(용머리해안)과 수목원테마파크를 관람한 뒤에 저녁을 먹고 하루일정을 마친다.
다음날은 애코렌드와 선녀와나무꾼과 성읍민속마을 그리고 일출랜드와 미천굴을 구경하고 저녁을 먹고 김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는 것까지의 일정이다.
비행기를 탔다. 마침 옆 좌석에 반가운 직원이라 이것저것 소소한 이야기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벌써 도착할 때가 되었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창문을 통해서 내려다본 제주도 하늘은 꼭 눈꽃같다. 솜사탕이라고나 할까! 해빛에 산화된 모습이 보기만 해도 즐겁다. 그것에 취해 있다가 하강 시작, 잠시 비행기가 흔들렸다. 덜커덩! 비행기가 땅에 닿는 순간이다. 순간적인 긴장이 몸에 감돈다.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제주도 토박이라 말도 재미있게 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하나하나 풀어놓았다. 차안에서 오메기떡을 2개씩 주었다. 일찍 나오느라 배가 출출했는데 이름도 특이하고 모양이 꼭 찹살떡 같다. 단지 다르다면 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육지에서 보리떡이라고 한다면 이곳 제주도는 오메기떡이라고 한다. 눈물젖은 떡이라고도 한다. 어려운 시절에 먹었던 음식인데 한번 먹어보니 꽤 맛 있었다.
여행의 일정은 제주도 전역을 한 바퀴 일주한다. 4시간정도면 된다고 10년도 휠씬 전에는 허니문 관광이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학생들 수학여행이나 심지어는 유치원 졸업여행도 이곳 제주에서 한다. 그만큼 대중화되었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간곳이 라온더마파크 공원에 갔다. 제목이 “천년의 제국, 아 ! 고구려 ”라는 찬란했던 주몽의 삶을 재조명하는 공연을 했다. 말을 타고 공연을 하는데 탄 사람들은 몽고의 극단에서 오신 분들이란다. 우리 구에도 이런 전용극장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임시수도도 있고, 박물관도 있고, 근현대사의 유적도 많은데 많은 것을 보고 나서 앉아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게 있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구경을 다 마치고 식사하는 대로 갔다. 회정식이었다. 그리고 덤으로 전복을 2개씩 주었다. 전에도 몇 번 온적이 있지만 이곳에는 유독 전복이 많다. 원기왕성한 전복을 먹으니 몸이 부쩍부쩍 힘이 솟는 것 같다. 맛있게 먹고 올래길 코스의 한곳인 송악산 올래길(용머리해안)을 한바퀴 돌았다. 분화구로 되어있는 코스인데 가파른 난간 아래를 내려보다가 아찔했다. 저 멀리 끝없는 바닷가가 보인다. 아름다운 애머랄드 빛이라고나 할까? 쪽빛 아름다운 빛이었다. 제주의 바람이 많이 불었으나 날씨가 푸근하여 일행들과 걸어가는 길이 너무 즐거웠다. 제주의 올래길이라면 우리구는 볼레길이 있다. 해안 산책로이다. 봄을 알리는 동백꽃이 붉게 피고 여름이면 야생화가 온 들판을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겨울이면 눈꽃이 걷는이의 발길을 멈춘다. 눈을 감고 잠시 상상의 나래를 폈다.
산행을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가면서 제주도 최고의 선물은 물이다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우리가 시중에서 먹는 삼다수는 땅속 430M아래에서 고여 있는 지하수 물을 퍼올린다고 했다. 나도 삼다수를 즐겨 찾는다. 길가에 귤나무가 많다. 노란귤이 가로수 삼아 주욱 늘어서 있다. 조금 있으면 중국의 귤이 들어온다. 가격경쟁에서 진다. 우리가 간 곳은 이러한 귤을 대채하는 새로운 작물인 산삼배양근을 키우는 공장에 갔다.
그래서 제주자치도에서는 몇 년전부터 산학협동으로 산삼배양근으로 키운다. 인큐베이트 생각이 났다. 인큐베이트안에서 영양 온도, 일급수 물로 산삼을 키운다고 했다. 여러 가지 있지만 대표적으로 화장품인 설화수를 만든다. 산삼배양근의 효능에 대해서 말했다. 설명하시는 분이 하도 말을 잘해서 한번 먹을 볼 요량으로 과립으로 된 산삼배양근을 한병 샀다. 요즘 기력이 좀 떨어지고 몸도 소진된 상태라 그분의 말에 솔깃했다.
다음은 수목원 테마파크에 갔다. 제주에서 제일 핫한 실내관광지이고 아이스뮤지엄 버킷리스트, 착시박물관영상관이 있다. 얼음박물관에 들어가니 몸이 오싹오싹 추었다. 얼음으로 건물을 조각하고 사람을 조각하였다. 얼음 스노보드가 있었다. 한번 타봤다. 그리 길지 않았지만 스릴을 느꼈다. 하트모양의 얼음으로 조각한 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특히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얼음으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조각했다. 순간 용의 눈이 내 눈처럼 착시현상을 보았다.
3층에는 3D 영상관이 있었는데 내가 그 그림 가운데 있으면 실제로 그 속에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그림 중에 연아가 얼음위에서 얼음을 타고 있는데 나와 함께 춤을 추실까요 라고 했다. 나도 그 손을 잡고 “그래 함께 춤을 추어요 !”그 장면을 내 마음속에 담았다. 연아는 우리나라를 빛낸 아주 소중한 보물이다.
그리고 한군데 더 구경을 마치고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제주의 특산물인 해산물에다가 맛있는 반찬을 더 가미해서 배가 잔뜩 불렀다. 포만감이라고 할까? 배가 부르면 나는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행복감에 충만해서 마침 밖에는 바닷가였다. 직원들과 함께 걸었다. 마침 보름이라 밝은 달이 떠 있어 몸과 마음이 가을 밤 노란 은행잎과 황금빛 달처럼 들떠 있었다.
하룻밤을 자고 일정을 위해서 좀 일찍 일어났다. 코스는 에코랜드였다. 에코랜드는 1800년대 증기기관차를 모델화하여 영국에서 수제품으로 제작된 링컨기차로 30만평의 곶자왈 원시림을 기차로 체험하는 테마파크이다. 서울에 있는 애버랜드를 상상하면 된다. 애버랜드가 인위적인 아름다움이라면 이곳 에코랜드는 생태환경이 빼어난 제주의 한라산 곶자왈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천혜의 자연 생태보고이다. 중간역에서 내려 일행들과 주변경관을 바라보고 한참을 걸었다. 눈을 지긋이 감고 즐거운 상상속에 빠졌다. 걸어가는 길목길목에 수많은 나무와 나비와 벌들과 벌레들과 꽃들이 있었고 작은 호숫가의 물들이 즐거운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 이곳에 봄이 되면 나비가 날고 벌들이 꽃들 사이로 꿀을 채취하느라 아름다운 지상의 천국이 될 것이다.
이곳 사장인 주인은 서울의 민속박물관의 소유주라고 하는데 그분의 안목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자연 상태로 된 원시림인 제주라는 원석(原石)을 보석으로 가공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4년전에 개장을 했는데 놀라고 감탄했다. 다른 분들한테 꼭 한번 권하고 싶다. 숲속을 한바퀴 돌고 나오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개운한 것 같다.
점심시간이 되자 이번에는 제주식으로 하는 아주 깔끔하고 정결한 음식점에서 토속적인 음식 오랭국이라고 했던가? 아주 속이 편안하고 든든하였다.
길가에 감귤나무가 있었다. 가이드가 귤의 종류에 대해서 말했다. 100가지 정도인데 먹을수 있는게 반 정도이고 먹을 수 없는게 반 정도이다. 가이드가 감귤따기 체험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감귤을 따서 먹으면 참 맛있다고 하였다. 조금 있으면 한중 FTA 계약이 체결된다. 이때 중국에서 값싼 감귤이 들어오면 경쟁이 안된다. 이미 제주도는 중국 사람이 땅을 많이 샀다라고 부연설명을 하였다.
선녀와 나무꾼테마공원은 “그때 그시절” 추억의 테마를 소재로 한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실내상설로 이루어진 마음의 고향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때쯤 모습들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 모형을 보고 갑자기 엄마가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다음 코스로 성읍민속마을에 갔다. 이곳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곳으로 옛 제주 사람들의 생활터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 순천의 낙안읍성과 비슷하다. 가이드말로는 전국에 이렇게 사람이 살고 있는 민속촌은 6개란다.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 것을 제대로 보존해온 것이 별로 없다. 이곳을 보니 옛것을 보존하고 지켜온 사람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틀간의 여행이 내 마음과 몸을 한결 가볍고 부드럽게 만들어 일상 속에서 더 즐거운 하루하루를 이어나갈 것이다. 일정은 빡빡했지만 덕분에 많이 잘 보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과장님과 여행을 주선하고 수고하신 모든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https://nikang-nekang3737.tistory.com/168?category=880214
'예진 작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그립다. ^^ (0) | 2021.10.12 |
---|---|
49재(齋)의 의미-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 (0) | 2021.09.14 |
아름답게 늙고 싶다. ^^ (0) | 2021.01.06 |
뿔난 감자 (0) | 2020.12.28 |
고슴도치의 사랑 (0) | 2020.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