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독서
도서명 |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 ||
지은이 | 이근후 | 출판사 | 메이븐 |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분노에 대하여)
작년 여름에 더위의 기세가 대단했다. 뙤약볕에 5분만 나가 있어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아도 연구실의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열기를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매일 연구실에 출근했지만 그저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흐르는 땀을 닦다가 정 힘들면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렇게 퇴근 무렵까지 버틸 생기를 얻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말했다.
“아빠 샤워하세요, 매일 ! ~~ 아빠 몸에서 냄새난대.”
이게 무슨 소린가, 나름대로 더위를 이기기 위해 자주 샤워를 하는데도 냄새가 난다니, 딸은 사위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게 틀림없었다. 내 연구실은 사위의 직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그래서 걷기 힘든 한여름과 한 겨울에는 사위가 우리 부부를 연구실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러니 내 몸 냄새를 가까이에서
맡을 기회가 잦았다.
솔직히 그 말을 들은 순간 기분이 나빴다. 내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딸에게 불평했나? 왜 나한테 직접 얘기하지 않았을까? 혹시 우리 부부를 태워다 주는 게 번거롭고 불쾌했나?
그래서 그간 쌓인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건가?
사위가 나를 싫어하나 ? 나를 노인이라고 무시하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다.
그때 불현 듯 며칠전에 만난 선배 교수님의 일화가 떠올랐다.
“이 교수, 저 카페 직원이 나보고 송장 냄새난대”
선배님은 자기 몸관리에 소홀한 분이 아니다. 몸도 마음도깔끔한 분이다. 그런 선배님이 왜 그런말을 들었을까 나는 선배님이 오해를 했다고 확신했다.
아마 카페에서 작은 말다툼이 있었거나 직원이 불친절한 행동을 보였는데 선배님께서 그것을 곡해해서
들으셨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느 누가 단골손님에게 그런 막말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나는 한편으로 선배님의 마음을 이해했다. 나이가 들면 감정적으로 위축된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인식은 좋은 쪽보다 나쁜 쪽에 훨씬 기울어져 있다.
젊은이들이 조금만 불친절해도 늙은이라서 무시한다며 그 의도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크게 노여워한다.
자식들이 외식을 나가면 일부러 자기를 빼놓았다고 야속해하고,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면 자기를 쫒아내려고 일부러 하는 말이라고 꼬아서 듣는다. 이른바 ‘심술궂은 늙은이’가 되는 것이다.
나이 들어 화가 늘었다면 그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나를 화나게 한 그 사건 ’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내 해석’이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건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 사건에서 느끼는 감정을 분리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한마디로 사건에 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색안경을 벗고 보니 사위의 말이 고마웠다. 사위가 아니었다면 여름 내내 몸의 냄새를 제거하지 않은 채
사회생활을 했을테다. 그날 이후 나는 더 꼼꼼히 삼푸를 하고 비누칠을 한다 향긋한 냄새에 내 기분도 좋아진다. 또 차를 타면 사위에게 물어본다
“내 몸에서 아직도 냄새나니?”
그럼 사위도 편안하게 대답한다. “아니요. 요즘은 냄새 안나요.”
하고 싶은 말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고, 상대의 말을 가감 없이 들을 때 비로소 우리는 관계속에서
편안해진다. 그리고 소중한 인간관계야 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제1의요소다
☞ 이 글을 보니 내 주변에 한분을 소개하고 싶다.
그분은 공직에 계셨다. 열심히 일하고 60세가 되어서 정년퇴직을 했다. 그분은 시인이다.
공직에 계셨을때부터 계속하였던 습관이 있었다. 매일 글쓰기와 매일 목욕하기이다.
매일 목욕을 하신다. 목욕탕에서 달목욕권을 끊어서 매일매일 목욕탕에서 쉬는 날 빼고는
목욕을 하신다. 샤워를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은 항상 깔끔하시다.
매일 하는게 쉽지 않다. 지금 80세가 넘었다. 여전히 달 목욕을 하신다고 한다
어떻게 저렇게 한마음으로 할 수 있을까 존경스럽다. 앞에서 봤듯이 나이 들면 몸에서
어떤 호르몬 냄새가 나는가 보다. 그러고 나도 다른 사람들 앞에 늙은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다.
나도 이제 60이 다되어간다.
수영을 한다. 수영을 하면 들어가기 전에 샤워한번 하고 수영을 다하고 난 뒤에 사워한번을 한다
하루에 두 번을 한다. 내가 제일 싫어 하는게 목욕인데 수영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2번이나 샤워를 하게 된다. 나로서는 덤으로 얻는 큰 이익이다.
옛말에 도랑치고 가재잡고. 라는 말도 있다
수영을 하고 난 뒤에 집으로 가는길이 너무 상쾌하다.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다.
수영장에는 두 분의 70대 어르신이 있다. 생각이 젊으신 것 같다. 젊은이들과 소통을 잘하신다.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그들이 내 모델이다.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
https://nikang-nekang3737.tistory.com/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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