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라바콘(원뿔형 주차금지표지판)의 추억
오늘은 비상근무다. 오랜만에 밤을 새는 것 같다. 그동안 비상근무는 많았지만 태풍 다나스가 남부지방에 강타한다는 소식에 직원 1/3조 근무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바다가 있어서 더구나 제1호 공설해수욕장이 있는 송도해수욕장이 있어서 태풍이 불면 항상 전전긍긍한다. 우리가 아무리 대비를 해도 태풍은 모든 것을 싹 쓸어 가 버린다.
교통행정과에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것도 교통지도계장이다. 새로운 업무를 익히고 하루빨리 적응을 해야 한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했지만 항상 처음에는 어색하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잤다. 일어나니 밤 12시였다. 그리고 또 잤다. 잠을 설쳤다. 일어나니 아침 8시였다.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왔다.
사무실에 와서 정신력으로 버텼다. 간밤에 설사를 하여서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오늘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상비약을 먹으니 좀 좋아졌다. 박 주사님이 밥을 한번 샀다. 그래서 맛있게 밥 얻어먹었다. 요즘 몸이 자꾸 안 좋은 것 같아서 한의원에 잠깐 들렀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하니 좀 낳았다. 살다보면 전혀 계획에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비상근무를 한다. 태풍이 불어오면 보통 그렇게 비상근무를 선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해제되기도 하고 그런데 태풍이 아직 제주도에도 안 왔는데 벌써 바람이 불어 비상근무를 하란다. 태풍의 속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빨리 아니면 늦게 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호우주의보가 떨어지면 비상을 서야한다.
보통 비상근무규칙에 따라 근무를 선다. 아직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진 않았지만 오늘밤 새벽에 부산에 온다고 하여 비상을 서는 것이다. 이 긴 밤을 어떻게 보낼까 나름대로 고민을 했다. 잠시지만 행복한 고민이었다.
잠도 오지 않는다. 마침 밤에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한다. 워너원이라고 아이돌 대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x1이라고 새로운 이름이다. 오늘은 마지막 11명이 선발되는 날이다.
나중에 그 팀은 선발과정에 문제가 있어 결국은 해체되었다. 그런 이상한 밤이었다. 열심히 보고 다 끝나갈 무렵에 밤 12시쯤 박 주사님의 전화였다
송도해수욕장에 라바콘 안 치웠다고 지금 바람이 불지 않느냐고 했다. 그래서 조금씩 바람이 분다고 했다. 순간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다 멍 때리는 기분이랄까?
라바콘은 여름철 성수기에 해수욕장 해변주변으로 많은 차들이 불법주차를 하는데 그것을 주차하지 못하도록 세워두는데 그것을 세워두면 아무래도 불법주정차를 덜 한다. 그것을 6월에 설치를 했는데 내가 깜박한 것 같다. 큰비가 오면 다시 걷어놔야 되는데 잊어버린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내가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었고 나도 그 상황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사실은 변명이다. 못 챙긴 것에 후회막급이었다. 머릿속에는 태풍 “매미” 가 떠올랐다 송도해수욕장을 물바다로 만든 아주 대형 사건이었다.
내가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옆에 계장님이 현장을 보고 나서 해결하자고 했다. 우리 과 비상근무조가 7명인데 마침 비닐비옷이 있어서 준비해서 바닷가에 같이 갔다. 송도해수욕장은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라바콘은 어떻게든 한곳으로 모을 수 있는데 문제는 차였다. 라바콘을 다른 안전한 곳에 옮겨놔야 되기 때문에 안 그러면 태풍에 다 날라 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곽 계장님이 근무상황실에 전화해서 차를 한 대 가지고 오라고 했다. 가서 라바콘을 하나하나씩 한곳으로 모았다. 비는 계속 오고 있었다. 그 비를 맞고 라바콘을 모았다. 마침 청소과 차가 왔다. 물건이 약간 실렸지만 우선은 실었다. 마침 주영주무가 송도노외공영주차장 사장님에게 이야기해서 라바콘을 좀 넣어달라고 했다. 다행히 넣어 준다고 해서 그쪽으로 옮겼다. 비는 바람을 동반하여 세차게 불어오고 우리들은 계속해서 차에 라바콘을 실었다. 삼손과 같은 괴력이 나왔다. 연약한 나에게 그런 힘이 나온다는게 신기할 정도로 라바콘을 부쩍부쩍 들었다
한밤중에 비는 끊임없이 오고 라바콘을 싣는 내 모습을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 살다보니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태풍이 오기 전에 옮길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사고는 내가 방심하면 한순간에 일어난다. 항상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것을 통해서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졌다.
1조 반장인 박주사님과 반원들이 와서 나머지를 깨끗하게 치웠다. 박주사님은 내가 어려울 때 잘 도와줘서 항상 고맙다. 사무실에 오니 새벽3시였다. 피곤이 내 몸을 엄습했다. 나도 모르게 눈을 뜨니 옆에 직원이 다음조가 왔으니 퇴근하라고 했다. 집에 와서 정신없이 잤던 것 같다.
다행히 오후에는 비가 그쳤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까마득할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은 그렇게 우리에게 무섭게도 다정하게도 다가오는 것 같다. 항상 경거망동하지 않고 만사 유비무환 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살다보면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항상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리고 나도 남들에게 항상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공무원 생활하는 동안에도 좋은 직원들과 함께 즐겁게 잘 지내야 되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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